여름형 주택구조
link  김성혜   2021-07-29

히말라야에서 보니까 네팔 산악지대에서 사는 사람들은 높은 집과 낮은 집 두채씩의 집을 갖고 번갈아 산다. 여름에는 높은
집에 살다가 겨울에는 낮은 집으로 내려와 산다고 한다.

집이 두채라 해서 양도소득세 걱정할 것도 없고, 사치스럽다고 부러워 할 것도 못 된다. 높은 집이라고 해야 겨우 움막집 정
도니까.... .

아프가니스탄의 유목민인 쿠치족은 한여름을 시원한 시베리아 접경에서 지내고 추워지기 시작하면 서서히 남하, 한겨울을
따스한 캐시미르 지방에서 지낸다. 가장 쾌적한 기온대를 찾아 연중 남하, 북상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옷과 여
름옷이 따로 없다.

한데 우리 한국인은 해먹고 살아온 생업이 덥다고 옮겨가 살고 춥다로 되돌아와 살 수 없게끔 돼 있다. 한 곳에 말뚝처럼 박
혀 춘하추동을 나야 한다.

그러기에 지긋이 한 곳에 눌러앉아 더위을 이겨내는 지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하고 있다. 의, 식, 주 중 주의 구조에서
보아보자. 한국집의 특성으로 깊은 처마를 드는데, 이는 볕을 거주공간에서 격리시키는 기능을 가질 뿐 아니라 덥혀진 바깥
공기를 냉각시키는 여과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벽돌이나 돌, 시멘트보다 단열의 효과가 큰 흙으로 벽을 만든 것도 그런 슬기 가운데 하나다.

개딱지만한 초가집에서부터 고래등 같은 아흔아홉 간의 집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모든 집이 앞뒷문을 열어놓으면 맞바람이
불게끔 통풍공간을 둔 것도 바로 그 슬기 가운데 하나다.

특히 고상식인 대청마루가 그렇다.

대청마루는 마루의 상바람과 마루 밑 바람의 이중 통풍구조로 돼 있으며, 마루판 틈을 일부러 벌려놓음으로서 상바람과 밑
바람을 대류시켜 한결 청안의 공기를 냉각시킨다.

복중에 청마루에 누워 발가락 사이로 올라 솟는 이 바람의 청량감을 우리 선조들은 '첩바람'이라 했으니 퍽이나 감각적이다.

개화기 때 미국 선교사들이 글 써놓은 걸 보면 한국의 마루바닥을 두고 "틈새가 벌어져 바람을 막지 못하는 원시적인 공작"
이라고 얕보고 있는데 그 기계적인 머리들로 그 오묘한 첩바람의 묘미가 이해될 턱이 없었을 게다.

선풍기처럼 단조롭고 죽은 바람이 아니라 없는 듯 있다가 앙큼하게 간지럽히고 사라졌다가 강짜부리듯 되솟곤 하는 생명이
있는 바람이다.

스페인 댄스를 보노라면 검은 옷의 남자와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서로 눈을 맞추며 어깨와 목을 세우며 다가갔다 멀어져갔다
하다 난짝 입을 맞추곤 한다. 싫어 싫어 하다가도 반드시 싫지만은 않다는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한국의 여름을 사는 것도 꼭 그런 느낌이다.

우리 전통적 여름형 주택구조가 그렇게 해주었던 것이다. 한데 개량식 주택이 그 오묘한 묘미를 완전무결하게 파괴해버렸
으니 여름나기가 이토록 고될 수밖에 없다.











배꼽의 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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